2010년경.
컴퓨터에 정신이 팔린 딸에게 아빠가 조용히 방에 들어와 책 한권을 준다.
컴퓨터는 그만하고 이 책을 읽어보라고...
평소에 아빠는 글을 가까이 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딸은 의아했지만 아빠가 전해준 책을 건네받고 별다른 생각없이 잊고 살았다.
그러던 와중에 회사의 친한 언니가 아빠가 건네준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했고
난 저에게 있다고 빌려드렸다.
그게 10년 전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나에게 준 선물...
그당시 아빠는 나에게 말했다.
요즘 유명한 책 중에 추천을 받고 구입했노라고.
평생을 독서를 모르고 살았던 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그 책을 구입했을까...
그리고 책을 빌려주고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고
그 책은 다른 집에 간직된 채 10년이 흘렀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그 책이 계속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돌려달라고 말해야 할까 회사 언니가 아직도 그책을 잘 간직하고 있을까...
결국 나는 저번주에 언니에게 연락을 했고
다행히도 그 책을 돌려받았다.
내가 처음 받았을때 새 책 냄새가 나던 미지의 이야기...
그 책이 10년 후에 노란종이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지만
아빠를 오랜만에 본 듯 설레이고 조금은 허전한 기분이다.
아빠...
이제야 아빠가 선물해준 책을 읽을 준비가 됐어.
이 책을 선물 받은지 딱 10년만에 읽을 준비가 됐지 뭐야.
하늘에서 잘 지켜보고 계시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갈께요.
아빠....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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