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나요?
혼술을 좋아하던 제가 슈퍼에서 맥주를 골라담고
비닐 봉지를 흔들며 도어락을 열때
방에서 티비를 보시다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저를 보시던 어머니를요.
어머니는 제가 술을 마시는걸 탐탁치 않으셨죠.
회사가 끝나고 집에서 맥주를 마시는게 저의 낙이었는데
어머니가 너무 싫어하시니까
가방속에 감춰오기도 하고 안보이게 등뒤로 숨기기도 하고
겨울에는 두꺼운 패딩안에 넣고 집에 들어오곤 했었는데...
어머니는 최근의 제가 맥주를 더이상 즐기지 않는줄 아세요.
아닌데... 나갔다 들어올때 맥주를 검은 봉지에 넣고 들어와도
귀가 어두워진 어머니가 제가 온것을 모를뿐이세요.
더이상 도어락의 비번 치는 소리가 안들리시는 거예요.
안방에서 티비를 보시면서도 크게 울리는 폰 소리를 못 들으시고
누군가 와서 벨을 눌러도 그 큰소리를 못들으시고
더이상 도어락의 열리고 닫히는 소리도 못들으시고
곁에서 여러번 크게 말해야 비로소 뜻이 인지되시고
같이 쇼핑을 나가면 직원이 설명을 하며 무엇을 찾으시는지 물어도 못들으셔서
직원은 괜한 오해를 하게 되고...
어머니....
저는 어머니의 잘 안들리는 귀가 너무나도 서럽네요.
맥주를 사오다가 걸려서 폭풍 잔소리를 들어도
소리에 반응했던 어머니의 세월이 속절없이 흐른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앞으로 더 나이를 드시고 더 늙어가시면서 어딘가가 또 고장이 나겠죠.
그리고 그렇게 어머니의 인생도 마무리를 짓게 되겠죠.
어머니...
작고 메마른 두손을 보면서 전 어머니가 이렇게 늙으실때까지 무얼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면 그리고 제가 더 나이를 먹어가면
어머니의 그림자가 온통 제 곁에 머물러 떠나지 않겠죠?
잘해드려야지...좋은 거 많이 보시게 해야지, 행복하게 웃게 만들어 드려야지...
이 모든 다짐들도 후에는 눈물이 될것 같아 쉽게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고장나면 고쳐드리고 작아지면 일으켜 세워드릴테니 너무 일찍 떠나지 마세요.
같이 있어도 그립고 곁에 있어도 보고 싶어요.
어머니.... 당신의 인생을 초연하게 바라봅니다.
당신은 멋지고 현명한 여성이에요.
제 기억속에 어머니는 항상 그렇게 기억될거예요.
같이 서서히...
우리 함께 나이를 먹어가요.
덤덤하게 그냥 그렇게....
당신을 진심으로 꼭 끌어안아주고 싶어요.
태어나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어머니는 저에게 제가 죽을때까지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단 한명으로 기억될거에요.
절 낳아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